권력감시

시민 세금으로 불경 사들인 인천시의회 의장

인천시, 시의회, 시교육청 5년치 도서구입비 전수조사

뉴스하다는 인천시의회 자료실에 정체 모를 수십 권의 불경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습니다. 취재 결과 이 책은 기관장이 구매 요청해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인천시의회는 ‘의정활동 업무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책을 살 수 있는데, 이 예산으로 불경을 구입한 것입니다. 명백한 예산 남용입니다.

뉴스하다는 도서구입비 예산 오남용이 인천시의회뿐 아니라 인천시, 시교육청에도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2018년부터 현재까지 5년치 도서구입목록을 정보공개 청구해 전수 조사했습니다.

인천시는 직원들이 업무와 관련 없는 책들을 마구잡이로 구입하고 있었고, 시교육청은 직원들을 위한 도서구입비를 언론사에 퍼주고 있었습니다.

뉴스하다는 인천지역 3대 권력기관인 인천시, 시의회, 시교육청의 도서구입비 예산 오남용 사례를 낱낱이 공개합니다. <편집자주>

인천시의회 마구잡이 도서구입 예산편성 운영기준 어겼다

인천시의회의 도서구입 예산은 올해 본예산 기준 총 3천 만 원이다. 자산취득비에 해당하는 도서구입비 1천만 원으로는 의회자료실에 비치하는 책을 구입한다. 나머지 2천만 원은 사무관리비의 정기 간행물 구입 예산으로, 시의원이나 부서에서 요청하는 책을 사는데 쓴다. 

시의회는 이 중 사무관리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 사무관리비로 구입하는 도서는 업무와 관련이 있어야 하는데 불경과 골프, 바둑, 만화책, 주식, 부동산 책 등을 사는데 예산을 썼다.

‘2023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영계획 수립기준’에 따르면 사무관리비를 포함한 기본경비는 ‘정책사업 수행 부서(실·과)의 운영을 위한 기본적인 행정사무비’다. 기본경비는 부서 운영에 필수불가결하게 소요되는 비용이다. 도서구입의 경우 ‘신문, 잡지, 관보, 법령추록 등 소규모적 도서구입비’만 가능하다. 업무와 관련한 도서에 한해 최소한으로 사도록 제한한 것이다.

  • 1<2023년도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및 기금운용계획 수립기준> 발췌.

불교에 심취한 의장님

2022년 12월 허식 의장 요청으로 구입한 도서 중 눈에 띄는 게 있다. 무비스님이 쓴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세트>다. 총 81권으로 구성된 책은 102만600원짜리 불경이다.

허식 의장은 2023년 1월 13일 <밀린다왕문경> <생활 속의 반야심경> <스님의 편지> <월호 스님의 선가귀감 강설> <월호 스님의 유마경 강설> <월호 스님의 화엄경 약찬게 강설> <참 생명을 찾는 경봉스님 가르침> <참회> 등 불교 관련 서적만 8만100원치를 구입했다.

2주 뒤인 2023년 1월 27일에도 허식 의장은 <아미타경 마음공부>라는 1만3천950원짜리 책을 사들였다. 2023년 2월 21일에도 <스승 혜암>이라는 책을 1만4천400원 주고 구입했다.


2022년 7월 4일 경기신문 인터뷰 기사에는 허식 인천시의회 의장이 불교에 심취한 이유가 나온다.

‘그리고 찾은 곳은 재수 학원이 아닌 절이었다. 수원 용주사를 찾았지만 수험생을 받지 않는다는 주지 스님의 말에 낙심하던 찰나 다행히 인근 말사(본사 관리를 받는 작은 절) 스님의 권유로 오산 보적사에서 재수를 시작했다.
절에서 공부하며 자연스럽게 불교 서적 등을 접하게 됐다. 철학적 학문인 불교의 매력에 이끌렸다. 훗날 천주교에서 불교로 개종까지 했다.
재수 끝에 홍익대학교 무역학과에 입학했다. 대학 시절 불교 동아리 활동을 하며 유명 사찰을 찾아 수련했다.’

기사에는 허식 의장이 인근 여고생들과 빈번한 미팅 탓에 학업에 소홀해졌고, 결국 원하던 대학 진학에 실패하고 절에 들어간 사연이 나온다.

재수시절 키운 ‘불교 사랑’이 의장이 된 뒤에도 이어진 것.

허식 의장은 골프책과 만화책도 사봤다. 2022년 12월 <벤 호건 골프의 기본> 2023년 1월 11일 <재벌집 막내아들 1~5권 세트>를 구입했다.

특이한 점은 허식 의장이 역사교과서를 대량 구매했다는 점이다. 2023년 3월 2일에만 각각 출판사가 다른 중학교 역사교과서 11권, 고등학교 역사교과서 10권 등 총 21권을 구입했다.

허식 의장은 2023년 3월 15일에도 저자가 다른 역사교과서를 중학교 3권, 고등학교 3권 등 총 6권을 사들였다.

이밖에 허식 의장은 자기계발서, 소설, 문화재미술 관련도서, 통계학 서적 등 취미생활과 관련한 책들을 주로 사봤다. 통계학 서적은 한꺼번에 7권(10만5천120원)이나 사들인 적 있다.

신청자가 기재되지 않은 도서구입 목록에도 불교 관련서적이 있다. 2022년 9월 19일 <자현스님의 조금 특별한 불교 이야기> 10월 18일 <백곡 처능, 조선 불교 철폐에 맞서다> <성공을 쟁취하는 파워 실전 명상> <시간이 없다> <월인석보, 그대 이름은 한글 대장경> <월인석보, 훈민정음에 날개를 달다> <청년 붓다 : 바람과 사자와 연꽃의 노래> 2023년 3월 13일 <수심결과 마음공부> 등이다.

허식 의장이 2022년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사들인 책값은 205만2천870원이다. 그는 2022년 12월, 2023년 1월 11일, 1월 13일, 1월 27일, 2월 21일, 3월 2일, 3월 15일 등 매우 자주 책을 구입했다.

이와 관련, 허식 의장을 직접 만났지만 "그건 뭐 우리가 당연히 구입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에는 별다른 설명 없이 시의회 보도팀장에게 입장을 물으라고 말했다.

시의회 보도팀장은 “분야를 불문하고 의원들에게 희망도서 신청을 받아 구매하고 (의원들이) 보고, 다시 자료실에 반납하는 시스템”이라며 “물론 종교적인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런 걸 떠나서 (자료실에는) 책이 다양하게 있어야 된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회자료실에는 철학, 사회과학, 종교, 체육 등 다양하게 구비돼 있다”며 “의장님이라고 해서 그 책을 갖고 가는 건 아니고, 나중에 저희 자료실에 다 비치하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의회 총무담당관실 예산 남용

시의회 총무담당관실은 인천일보가 발행한 책을 150권이나 구매해줬다. 2022년 7월 18일 <황해로드> 50권 2022년 12월 5일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100권이다.

<황해로드>는 1권당 2만5천 원 총 125만 원,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는 1권당 2만6천 원 총 260만 원을 썼다.

또 2022년 8월 3일 박진 외교부장관이 쓴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1권당 1만6천200원씩 10권 구입했다.

  • 1박진 외교부장관이 쓴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

시의회 총무담당관실은 사무관리비로 책을 구입했다. 사무관리비는 업무랑 직접 관련 있는 책만 살 수 있다. 

뉴스하다가 인천시의회 의정활동 업무지원 도서 구입목록을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5년치 자료 중, 총무담당관실이 사무관리비로 사들인 책은 <황해로드> <천년밥상, 경기米이야기>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빼면 <한국지방자치론> 2권(5만6천 원)이 유일하다.

일부 언론사에 예산 퍼주기, 박진 외교부장관 책을 일부러 사줬다는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사무관리비로 대량의 책을 구입한 것 역시 예산 오남용이다. 예산편성기준 상 사무관리비 쓰임을 ‘소규모적 도서구입비’로 제한한 만큼, 행안부는 업무 관련 도서를 낱권 단위 등 소량으로 구매할 때 이 예산을 쓸 수 있다고 봤다.

시의회가 의장실 신청으로 대방광불화엄경 강설 세트 81권을 구입한 것은 업무 관련성이 떨어질 뿐 아니라 소규모라 보기 어렵다. 또 인천일보가 펴낸 황해로드 50권과 천년 밥상 경기米이야기 100권을 사무관리비로 사들인 것도 예산을 목적에 맞지 않게 쓴 사례다.
 
행안부 관계자는 “사무관리비로 살 수 있는 도서는 지침이나 단권으로 설정하는 설명회 자료나 사례집 등을 보통 의미한다”며 “업무에 관련되서 필요한 책을 사는 예산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의회 보도팀장은 “황해로드는 인천의 바다와 관련된 책이라 의원들 모두에게 나눠주려고 했고 경기미이야기도 강화섬쌀에 관한 내용이 있어 의원들과 직원들이 비치해두고 보려고 샀다”며 “대한민국, 어떻게 바꿀 것인가는 지방분권, 재정분권 등 지방자치에 관련한 내용이 있어 시의회 부서마다 한 권씩 비치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역시 업무와 관계 없는 책을 세금으로 샀다. 

시정혁신담당관은 <킹세종 더그레이트>라는 판타지 장편소설부터 <불편한 편의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톰 소여의 모험> <페스트> <허클베리 핀의 모험> <홍학의 자리> 등 소설을 구입했다. 윤동주 시인의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도 샀다.

자기계발과 에세이 분야의 책으로는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게>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루틴의 힘> 
<새롭게 보고 다르게 연결하는 슬쩍북> <생각을 바꾸는 습관> <아무것도 하지 않는 하루 15분의 기적> 등을 샀다.

글로벌도시국 국제협력과 역시 세금으로 소설과 시집을 샀다. 소설로는 <광장 / 구운몽> <답방> <바르도의 링컨>이 있었고, 시집으로 <김수영 전집 1>을 구입했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리기도 한 교양서적과 에세이를 구입하기도 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21세기를 위한 21가지 제언> <비커밍> <단순한 기쁨> 등을 샀고 이국종 교수가 쓴 <골든아워>는 1권과 2권을 구입했다.

반면 법무담당관실이 2018년부터 2023년 최근까지 구매한 도서 31권은 모두 업무와 직접적인 관계가 있었다. 건설심사과가 구입한 50권도 건설관련 법이나 실무에 관한 책이었다. 

인천시 일부 부서와 시교육청에서 언론사에서 발행하는 연감을 구입한 내역도 확인했다.

시 건강증진과는 경인일보가 2021년 발행한 <경기연감(상,하)> 2권을 20만 원 주고 샀다. 또 한국편집기자협회가 펴낸 <기자가 본 100大 뉴스(상,하)> 2권을 사는데 19만8천 원을 썼다.

상수도사업본부 경영관리부는 한국신문방송인클럽이 펴낸 <기자와 사건>이라는 책 1권에 19만9천 원을 지불했다. 한국신문기자회가 발행한 <화보로 보는 지구 대 기행>도 19만9천900원 주고 샀다.

재정기획관 회계담당관은 경인일보의 <2023 경기연감> 1권을 20만 원 주고 샀다. 환경국 하수과 역시 같은 해 <경기연감>을 20만 원 주고 샀다. 하수과는 한국편집기자협회가 펴낸 <기자가 본 100大 뉴스>도 19만8천원에 샀다.

인천시교육청은 경인일보가 발간하는 <경기연감>을 2018년, 2019년, 2021년, 2022년 구입했다. 각 20만 원씩 총 80만 원이다. 한국사진기자협회가 발간하는 <보도사진연감>도 2021년, 2022년 각 23만 원씩 총 46만 원을 지출했다. 2021년에는 한국사진기자협회가 발매한 <2020도쿄올림픽>도 23만 원 주고 구매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인천시교육청은 업무와 연관성 없는 연감에만 149만 원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시 예산부서에서는 각 부서에서 판단할 부분이라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사업부서에서 업무와 관련 있다고 판단하면 살 수 있다”며 “세출예산 집행기준이 있긴 하지만 업무관련 책을 구입하는 것까지 이래라 저래라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업무서적 사라고 준 예산 직원휴게실 조성에 쓴 상수도본부

인천시가 2018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파악한 부서별 업무지원 도서구입 건수는 총 1천382건이다. 총 2천24권의 책을 샀다. 이 예산은 행정자료실 도서구입비(올해 본예산 기준 800만 원)과 별도로 각 부서에서 책정해 썼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은 책을 구입한 부서는 시립미술관 아카이브 구축을 위해 319권을 산 문화기반과다. 문화기반과는 자산취득비를 세워 미술 관련 도서를 샀다. 

다음으로 많은 책을 한 곳은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경영관리부다. 경영관리부는 407만5천960원을 들여 총 244권의 책을 샀는데 이 중 대부분 업무와 관계없는 내용이다. 직접적으로 업무에 쓸 법한 책은 <2023 건축 표준품셈>  <2023 기계설비 표준품셈> 을 포함한 4권에 그쳤다.

  • 1-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전경. <인천시 제공>

나머지 책들은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샘킴의 맛있는 브런치>와 같은 요리책 부터 <가끔은 길을 헤메도 좋은 유럽 작은 마을 스케치 여행> <궁극의 스트레칭> <디어 마이 바디> 등 여행, 운동에 관한 책, <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프랑스 부모들의 십계명>과 같은 자녀교육서적까지 분야가 다양했다. 한국신문방송인클럽이 펴낸 <기자와 사건>도 19만9천 원을 주고 샀다. 그 밖에는 소설과 에세이, 자기계발서가 주를 이뤘다. 

부서는 업무와 무관한 책을 대량구매한 사유에 대해 “직원휴게실을 조성하며 휴게실게 비치할 도서를 구입했기 때문”이라며 “세부적인 예산까지는 확인이 안되지만 사무관리비로 구매했다”고 설명했다. 2018년 10월 300만8천160원을 들여 직원휴게실에 놓을 책 209권을 사무관리비로 샀다는 것. 당시 상수도본부 예산을 확인해 보니 일반운영비 사무관리비 중 각종 참고도서 구입 명목으로 500만 원이 반영됐다. 예산 오용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사무관리비는 직원휴게실용 도서구입에 써서는 안 된다. 직원휴게실이나 북카페 등에 비치하는 용도의 도서구입은 사무관리비가 아닌 자산취득비에서 써야한다는 것. 업무에 필요한 도서를 낱권으로 살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산취득비를 쓰도록 예산편성 운영기준 상 도서구입비를 따로 구분까지 해뒀다.

또한  ‘지방자치단체 회계관리에 관한 훈령’에서는 사무관리비는 ‘재물조사대상이 아닌 내용연수 1년 미만의 소모성물품 구입 시 집행한다’고 명시한다. 특정 공간에 장기간 비치해 둘 목적으로 이 예산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해당 훈령은 ‘자산취득비 등 다른 비목에 해당하는 경비를 일반수용비에서 집행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인천소방본부 공단소방서에서도 같은 유형의 예산오용이 나타났다.

공단소방서는 2019년 183만6천 원을 들여 책 116권을 샀다. 사회복무요원 문화생활 지원 명목이었다. 올해 기준 공단소방서 소속 사회복무요원은 6~8명이다.

공단서가 산 책을 보면 직무와 무관한 소설과 에세이, 자기계발, 토익 등 자격증 서적이 대다수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 <그 사랑 놓치지 마라> <다 알려주는 커피 기술> <도시여행자를 위한 파리x역사>, <마흔,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아름다운 정원 조경 레시피 85> 등의 책이 포함됐다.

도서구입 예산은 소방력 기반 조성(소방특별회계)의 소방보조인력양성 및 운영, 사회복무요원보상금에서 썼다. 사회복무요원보상금은 병역법에 의한 공익근무요원에게 지급하는 중식비, 교통비, 기타경비에 쓰는 예산이다. 사무관리비와 마찬가지로 업무와 무관한 도서를 구입하기에 부적절하다. 

또 공단소방서가 이 책들을 소방서 내에 비치했다는 점에서도 자산취득비의 도서구입비로 예산을 집행하는 것이 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안부 관계자는 “휴게실 등에 대규모로 도서를 구입하는 예산은 자산취득비에 도서구입비 통계목을 따로 설정해 두었다”며 “사무관리비나 사회복무요원보상금으로 휴게실에 비치할 도서를 구입하는 것은 예산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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