잼버리 후폭풍

잼버리 전세버스 묻지마 투입
국가비상사태? 예산은 전북에 전가

정부 “국가비상사태, 애국하는 마음으로 무조건 대라”

2023년 8월 9일부터 12일까지 3박 4일 동안 전세버스업계는 2023새만금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원 수송에 투입됐다. 국토교통부는 “국가비상사태”라며 전국전세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 각 시도 전세버스조합에 “무조건 버스를 준비하라”고 요구했다.

잼버리 기간 동안 운영한 전세버스는 총 1013대다. 조직위원회가 당초 계약한 버스는 275대였다. 이 버스는 잼버리 입영, 퇴영과 영외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목적으로 마련했다. 여기다 전라북도가 지난 3일 전세버스 234대를 추가 지원했다. 폭염대책 일환인 ‘쿨링버스’로 활용한 이 차량들은 8일 퇴영일정에도 쓰였다. 마지막으로 새만금 조기 퇴영을 위해 국토부가 수배한 버스가 총 504대다. 국토부는 수도권을 비롯한 각 시도 조합 등을 통해 차량을 확보했다.

전세버스업계는 “강제동원”이라고 불만을 표출했지만 ‘국가비상사태’라는 국토부 지시에 따라 일부는 예약까지 취소하고 버스와 기사를 배차했다.

버스 배차는 국토부나  조직위가 연합회 또는 각 시도 조합에 연락해 전세버스업체로 내려가는 구조였다.

전세버스업계는 정부의 ‘묻지마 투입’을 비판했다.

“정부 비상사태라고 해갖고 차량을 무조건 대라고만 했었어요. 금액도 알 수가 없는 상태였고 그러다 보니까 사업자들은 확실성 없이 차량을 보낸 거잖아요. 전세버스라는 게 흔히 관광을 목적으로 하는 차량들도 알지만, 통근이나 통학 목적으로 쓰는 차량들도 있어요. 지금은 코로나19 이후 기사님들도 없는 상태고 관광 자체가 많이 축소되다 보니까 실질적으로 기사가 없어요. 근데 정부는 무조건 만들어내라 이거예요. 이걸 안 하면, 너네들이(전세버스업계가) 이런 국가 행사에 도움을 안 주면 안 된다고 해서 강압적으로 지금 동원을 엄청나게 많이 시킨 거거든요.” 

공공기관 인력 강제동원과 사유재산인 전세버스 강제배차는 성격이 다르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서울시조합 관계자는 “저희 같은 경우 이게 사유재산”이라며 “저희(업계)가 코로나19때 어려워서 차들도 많이 줄이고 기사들도 없어서 기본 업무만 하는 상황인데, 거의 차출하다시피 해갖고 기존 일하던 걸(예약) 빼서 집어넣으면 필요없으니까 가라고 한다”라고 황당해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우리가 무료 봉사하는 게 아니라 대가를 받아야 한다”며 “지금 요금 책정 자체가 안 돼 있고 ‘얼마 주겠다’ 이런 것도 없고 그냥 무조건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버스를 세워놓고 (손님을) 기다리고 있는 걸로 지금 착각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경우 오후 6시 전에 다음날 일을 기사들에게 지시해야 준비를 하는데, 배차가 다 돼 있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밤 9시가 돼서야 동원 차량 몇 대 가능하냐 물어보고 기사랑 차량번호를 달라고 한다”고 했다. 

뺑뺑이 돌다 24시간 근무, 기사 격무 안전 ‘위협’

국토부와 조직위 지시대로 부랴부랴 차량을 배차한 각 시도 조합에는 ‘민원 전화’가 쏟아졌다. “지시한 곳에 버스를 갖고 갔으나 잼버리대원들이 없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일부 버스기사는 잼버리대원을 찾거나 대기하는 등의 일로 24시간 근무하기도 했다. 기사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만큼 안전은 보장받기 어렵다.

서울시조합 관계자는 “뺑뺑이 돌다 식사도 못하고 거의 24시간 근무한 기사분도 있다”며 “예를 들어 새만금에서 실어 부천을 가라고 해 갔더니, 거기는 벌써 인원이 차 있으니까 또 이천을 가라고 그러고. 이렇게 뺑뺑이 돈 기사들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상황이) 이러니 기사분들 피곤해서 안전이 담보 되겠냐”고 지적했다.

전북도조합 관계자는 “어제(11일) 케이팝콘서트에 투입한 차량들이 아침 9~10시에 출발했고 상암경기장에다 내려주고 대기를 하다, (전북으로) 내려온 차들이 새벽 2~5시 넘어서 도착했다”며 “그런데 이 차들 중 일부가 또 새벽 5시 반에 배차를 받아서 인천공항에 갔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기사님들이 로봇도 아니고, 사고라도 나면 누가 책임지냐”며 “큰 사고 없이 그마나 다행이지만 이런 거(안전)에 대한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기사들은 이중 배차 등 문제로 격무에 시달려야 했다. 국토부나 조직위, 현장 공무원 간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 

전북도조합 관계자는 “전북 같은 경우 아침 7시 차를 대라고 해서, 6시 반에 배차를 받아서 나간 기사분이 (다음날) 새벽 4시에도 애들을 못 내려주고 대기하고 있었다”며 “(가보면) 거기는 아니라고 하고 저쪽으로 갔는데, 애들이 다찼다고 다른데로 가라고 해서 서울~경기를 뺑뺑이 돌다 결국 새벽 4시에 대기하다가 어디로 가라고 해서 또 거기를 갔다가 내려온 기사분도 있다”고 말했다.

다른 조합처럼 24시간 운행한 기사들이 있냐는 질문에 인천시조합 관계자는 “저희도 마찬가지”라며 “24시간 운행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히 오랜 시간 대기했거나 아니면 또 갔는데 정말 사람들이 없는데다 배차되거나 이중배차도 있었다”고 말했다.

조직위에다 국토부, 지자체까지 ‘혼선’

조직위는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 장관이 공동위원장이다. 전세버스는 국토부 관리 대상이라 주로 국토부가 지시했고 조직위가 보조를 맞췄다. 이렇다 보니 이중배차가 이뤄졌던 것.

전세버스업계는 의사소통 등 혼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네들이(정부가) 어떤 계획을 세워서 한 것 같으면 언제, 어디로 가니까 몇 대가 필요한지 등 이런 게 나올텐데, 자기네들도 어느 숙소에 누가 있는지 잘 모르고 있으니 미치겠다”며 “지시 받고 가보면 그곳에는 인솔자도 없고 심지어 탈 사람도 없는데, 연락도 한참 기다리다 한 번에 되는 것도 아니고 의사소통 단계가 굉장히 복잡해서 1~2시간 기다려야 하니 답답해요.”

조직위뿐 아니라 국토부, 지자체까지 다양한 곳에서 이뤄진 배차 지시가 혼선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조합 관계자는 “인천시는 나름대로 저희한테 전화하는 경우도 있는데, 우리는(조합은) 국토부 오더 아니면 어디인지 모르니까 어디 오더도 받을 수 없다고 안내했다”며 “우리가(조합이) 내보냈는데 국토부에서 전혀 모르는 사실이면 나중에 요금 청구 같은데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가 배차 지시를 내렸는데, 현장에 나가 있는 관계 공무원들이 임의로 내일 차 몇 대 보내달라고 요청한다”며 “예를 들면 어제(11일) 콘서트 갔다온 뒤 밤늦게 현지 공무원들이 구두로 담당기사들에게 새벽에 일정 있으니 몇시까지 와달라고 하면 정작 나중에 배차한 거는 붕 떠버리고 (이중배차 된다)”고 했다.

운송비, 초과근무 수당 등 책임 소재 ‘불명확’ 

조직위 “나눠서” 전북도 “우리가 낸다”

정부는 전세버스업계에 버스와 기사 투입을 요청하면서 하루 운송비, 지급시기, 예산 출처 등을 설명하지 않았다.

전세버스 기사들 초과근무 수당, 자율요금제 등 예산 관련 문제를 따져봐야 하는 상황이다. 

전북도조합 관계자는 “법적으로 정해진 휴식시간이나 근로시간을 무시하고 기사를 너무 혹사를 시키다 보니 많은 문제점들이 있었다”며 “저희는 혹시 대형사고로 이어지면 책임 소재를 누구한테 돌릴 것이냐는 부분에 대해 사실 많이 고민스러웠다”고 말했다.

전북도조합 관계자는 정부 운송비용까지 전북도가 낼까봐 걱정했다.

이 관계자는 “우선 금액에 대한 설정 없이 차량들이 움직였는데, 아직도 금액 설정이 안 됐다”며 “사실 전세버스는 요금이 정해져 있지 않은 자율요금제이고, 각 지역마다 특수성에 따라 금액이 다른 부분도 있어 지자체가 책임지기에는 예산이 만만치 않은데 전북도가 모두 책임진다고 한다”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조직위는 전세버스를 지원한 주체들이 비용을 나눠부담한다고 했다.

조직위 관계자는 “조직위에서 계약한 버스 운임료 정산은 조직위가 하고, 전라북도에서 온 버스 비용은 전북도가, 국토부에서 지원한 버스는 국토부가 정산을 한다”며 “버스 대당 단가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다. 이어 “조직위 버스 275대는 계약할 때 단가가 정해져 있었지만, 계획대로 부안군만 오간 게 아니라 특별 수송이 이뤄졌다”며 “8개 시도로 운행이 확대된 개념이라 전북도랑 국토부가 하는 거에 맞춰서 단가책정을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전북도는 조직위가 사전에 계약한 버스 외에는 모두 도에서 비용부담을 한다고 했다. 국토부가 수배한 504대 비용까지 포함해서다.

전북도 관계자는 “조직위가 계약한 버스 외에, 도가 확보한 234대와 국토부가 섭외한 버스(504대)는 전북도가 정산할 예정”이라며 “운임료 부분은 사전에 협의할 시간이 없었고 일단 전세버스를 투입하는 게 중요했기 때문에 섭외에 시간을 먼저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배차하고 현장 집결하는게 우선순위다보니 운송비용이나 금액은 대략 구두로만 이야기했으며 실질적인 대금 정산은 이제부터 해야 한다”며 “국토부와도 협의는 하겠지만 예산이 도에서 나가기 때문에 도가 전국연합회와 협의해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대금 정산에 대해 전국연합회 관계자는 “일단 국토부에서 방향을 어떻게 잡을지 지켜봐야 된다”며 “어차피 저희들은 3박 4일 계약하고 투입된 부분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손해 등)은 보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대기 차량이라든지, 시설 지정이 잘못돼 계속 공차를 운영했던 부분은 충분히 보전이 돼야 한다”며 “조직위와 계약 문제라든지 이제 협의해야 하는 부분이고 긴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국토부나 조직위에서, 아니 전북도에서 굉장히 요청을 긴박하게 했고 어떻게든 대가 지불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말씀이 있어서 계속 협조했다”고 설명했다.

전국연합회는 운행기록 등 대금 정산을 위해 14일 오후부터 자료를 모으고 있다. 초기 배차, 추가 배차, 긴급 요청 배차 등 업체별, 각 시도 조합별로 파악하고 있다.

한편, 현재 전세버스 운행단가는 하루 1대당 70만~80만 원 수준이라고 업계는 설명한다. 서울시 시내버스 표준운송원가 책정을 위한 용역에서 나온 금액을 차용해 계산했다.

묻지마 투입 일부 지자체에서 ‘진행형’

전세버스 묻지마 투입은 잼버리 기간이 끝난 뒤에도 계속됐다.

인천시는 폐영식이 끝나고 이틀 뒤인 지난 13일 잼버리 대원들이 이동할 차량을 확보해 달라는 협조요청을 받았다. 주말이라 상황파악조차 힘든 상태에서 13일 15대, 14일 2대를 배차했다. 이 비용정산 방식 역시 버스업계는 물론 지자체조차 모른다. 

인천시 관계자는 “주말에 내용을 받아서 자세한 건 모르고 전세버스 비용부담은 협의 중인걸로 안다”며 “정산을 어디서 할지 국토부가 될지 여가부가 될지 행안부가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전북도, 정치권 등 정쟁 멈추고
잼버리 진실 밝히는데 힘 모아야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4일 사과와 함께 잼버리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뉴스하다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 없이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정기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