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정의하다[7]

두 장의 영수증

윤석열 4천만 원짜리 백지 영수증

8급 직원은 햄버거 먹고 700원 반납

뉴스하다,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독립언론ᆞ공영방송과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한 결과를 지난달 14일부터 공개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검찰이 고위직 검사가 쓴 영수증을 선택적으로 먹칠한 정황이 드러났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등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단이 쓴 특수활동비 영수증은 대법원 판결을 위반하면서까지 정보를 가렸다.

반면 6급에서 9급 사이의 검찰직원들이 쓴 식비는 십 원 단위까지 상세내역을 기록하고, 또 공개했다. 고위직 검사는 단 한 장의 부실 영수증으로 수천만 원의 현금을 썼지만, 8급 직원들은 700원을 써도 증빙기록을 남기고 확인받아야 했다.

뉴스하다는 검찰이 ‘선택적’으로 삭제했다는 증거로, 정보공개 청구해 받은 검찰 특근매식비 영수증을 공개한다. 이번 공개하는 특근매식비 영수증은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부산고검 차장으로 있을 때인 2020년 1~6월까지 자료다.

두 장의 영수증

2019년 8월 6일과 2020년 2월 15일. 검찰 내부에서 누군가가 세금을 쓰고 각각의 영수증을 남겼다. 이 영수증들은 모두 지출을 증빙하기 위한 목적으로 검찰이 보관했고,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세금을 정당하게 사용했는지 검증하는 도구라는 점에서는 성격이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영수증에 남아있는 내용이 크게 다르다.

시간과 내용을 가린 첫 번째 영수증은 ‘누가’, ‘몇 시’에 ‘어떤 이유’로 현금 4천280만 원을 수령했는지를 감췄다. 이에 비해 5천750원을 쓴 두 번째 카드 영수증은 사용시간과 상세내역이 그대로 드러난다. 같은 세금을 썼는데 국민에게 공개하는 내용이 크게 다르다. 심지어 시간도 내용도 없는 단출한 영수증의 지출금액은 상세내역이 나온 영수증보다 수 천배 많다.

검찰총장 지출 꽁꽁 감추고 6급은 소시지 먹은 것까지 공개

각 영수증의 사용주체를 보면 왜 이런 모양의 영수증이 나왔는지 의문이 해소된다.

첫 번째 영수증은 검찰 특수활동비 증빙자료다. ‘영수증 및 집행내용확인서’라는 제목으로 수령일과 금액, 내용, 확인자가 간략히 쓰인 전형적인 특활비 영수증 형태다.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외교·안보, 경호 등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로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해야 한다.

이 예산은 기관장이 집행한다. 대검찰청의 경우 검찰총장이, 지방검찰청은 검사장이 결재권한을 가진다. 2급 이상의 고위공무원이다.

이 영수증 지출을 결재한 이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다. 단 한 장의 영수증을 남기고 누군가에게 4천28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했다. 

단출한 영수증에서조차 집행내용과 수령인은 확인하기 어렵다. 예산이 알맞게 쓰였는지 검증할 수 없는 자료다. 검찰총장과 검사장, 지청장 등 고위직 검사들은 이 같은 영수증 한 장으로 많게는 수 천 만원의 특활비를 썼다.

두 번째 영수증은 부산고등검찰청 특근매식비 자료에서 나왔다.

특근매식비는 정규근무시간 개시 2시간 전에 출근하여 근무하거나 근무종료 후 2시간 이상 근무하는 자 또는 휴일에 2시간 이상 근무하는 자에게 지급하는 식비다.

부산고검의 2020년 특근매식비 식수현황을 살펴보면 특근매식비 사용자 직급은 주로 6급에서 9급까지다. 예산사용 사유는 당직이나 청사방호, 야근 등이다.


두 번째 영수증의 경우 함께 첨부한 특근매식집행기록부와 대조해보면 2020년 2월 15일 18시 56분 숙직 중이던 6급 직원이 예산을 쓴 사실을 알 수 있다.
사용내역은 김치사발면 850원, 드링킹그레이프 1천800원, 참맛후랑크 1천500원, 콰트로치즈호빵 1천600 원 등 총 5천750원이다.


비슷한 시기 다른 영수증을 봐도 사용시간과 세부내역이 상세히 나온다.

한 검찰직원은 2020년 5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사용한 특근매식비 영수증을 제출했다. 내역은 황성주과채습관옐로우 1천 원, 부산우유(소) 950 원, 오븐에구운도너츠버터5입 3천900원 등 총 5천850원이다. 

또 다른 직원은 6월 20일 12시 14분에 치즈불닭김밥 4천500원, 새우탕큰사발 1천150원, 바나나킥우유 1천500원 등 7천250원을 썼다. 1천250원을 더 사용해  특근매식비 지급기준(1인당 6천 원)을 어겼다.

검찰이 공개한 자료에 기재된 시간, 금액, 사유 등의 정보만으로도 세금이 적절한 용도로 쓰였는지 시민들이 알 수 있다.

대법원 판결 위반해가며 특활비 영수증 가린 검찰

검찰이 고위직을 비롯한 검사들을 감쌌다는 사실은 특활비 카드영수증에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대법원 판결까지 위반해가면서 영수증의 세부정보를 가렸기 때문이다.
검찰은 특활비 대부분을 현금으로 썼지만 드물게 카드를 사용하기도 했다. 

위 영수증은 인천지검에서 2017년 10월 23일, 12월 28일 사용한 기관장 특수활동비다. 

검찰은 이 역시 사용시간을 지웠고 상세내역에 해당하는 품명과 단가, 수량, 개별금액을 모두 가렸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특활비는 지출증빙서류 중 집행내용(집행명목)과 수령인 성명을 제외한 나머지를 공개해야 한다. 결제시간과 품명이 예외항목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법원 판결 중 업무추진비에 빗대어 봐도 ‘특활비 영수증’은 카드번호, 승인번호 등은 지울 수 있으나 식당 상호와 결제시간, 상세 구매내역은 삭제할 수 없다. 대법원 판결문 어디에도 상호와 결제시간, 구매내역을 비공개하라는 내용은 없다.

감시받지 않는 돈의 방만함

특수활동비와 특근매식비는 쓰임이 다르지만 기획재정부의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라 관리되는 예산이다. 모두 감시받아야 할 시민의 세금이지만 얼마나 잘 감시하고 관리되었는지에 따라 사용행태가 천차만별로 나타났다.

특근매식비는 「국고금관리법」 제24조에 따라 정부구매카드를 사용해야 한다. 1인 당 지급단가도 명확히 정해져 있다. 근거가 상세히 남기 때문에 허투루 쓰기가 어려운 예산이다.

검찰직원들 역시 특매비를 초과해서 썼을 때는 차액을 현금으로 지출하고 기록하거나 반납했다.

부산고등검찰청 특근매식집행기록부에 따르면 2020년 7월 27일 총무과 소속 8급 직원 3명이 야근(당직)을 하며 특근매식비를 사용했다. 이들이 실제 식사에 사용한 비용은 1만8천700원. 

영수증을 보면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세트 3개를 배달 주문했다. 당시 특근매식비 지급단가 1인 당 6천 원을 적용하면 700원이 초과하는 상황이다. 8급 직원들은 이 700원을 반납했다.

특활비 역시 ‘현금 사용을 자제’하라는 지침이 있다. 2017년 특활비 돈봉투 만찬사건 이후 법무부는 8월자 공문에서 검찰에서 사용되는 특활비의 규모를 축소하고, 기밀 유지 필요성이 낮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현금이 아닌 카드’를 사용해야 한다고 전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특활비를 현금으로 쓰는 관행은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특히 ‘불가피하게 현금 사용시에는 경비집행의 목적달성에 지장을 받을 우려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집행내용확인서를 생략할 수 있다’는 예외사유를 적용해 여전히 허술한 영수증 한 장으로 특활비를 집행한다.

하지만 검찰이 예외로 내세워온 ‘기밀수사’는 더이상 특활비와 이를 사용한 고위검사를 감싸는 방패가 될 수 없어 보인다. 

공동취재단의 취재결과 검찰이 ‘수사·정보 수집 등 기밀 활동’으로 용처가 한정된 특수활동비를  격려금이나 포상금과 같이 다른 용도로 사용한 정황이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특활비를 전출 기념사진 제작, 공기청정기 월 임대료, 휴대전화 요금 납부 등에 오남용한 사례가 줄줄이 드러났고 검사들의 ‘경조사비’ 등으로 전용한 예산 부정 사용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와 관련, 뉴스하다는 대검찰청에 "일부 검찰직원들이 특근매식비 700원을 추가로 사용해 반납한 사례와 같이 고위검사들이 오남용하고 부정사용한 특활비 등 예산을 반납하게 할 계획이 있느냐"라고 질문했고 대검찰청은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검찰 예산에 대해 현재 매년 대검찰청 자체 사무감사와 법무부의 예산지도점검 등을 통해 집행내역을 점검하고 있고, 예산항목을 오집행한 경우 교육, 환수 등 필요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 대검찰청은 "특근매식비는 특수활동비 등과는 성격이 전혀 다른 예산이므로 관련 자료의 보존 관리 및 공개 범위에 관한 기준도 동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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