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정의하다[5]

고위 검사 특활비 나눠먹기 인정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 “정기적 정액 지급” 발언

특활비 부서, 기관별 ‘배분’ 

명절 떡값 나눠주기 의혹도

뉴스하다,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부산MBC, 충청리뷰 등 6개 독립언론ᆞ공영방송과 세금도둑잡아라, 함께하는시민행동, 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가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을 꾸렸습니다. 전국 67개 검찰청의 예산 오남용과 세금 부정 사용을 추적한 결과를 지난 14일부터 공개하고 있습니다. <편집자주>

특활비 부서, 기관별 ‘배분’ 

뉴스하다는 지난 14일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과 고위 검사였던 공상훈·김우현 전 검사장이 특수활동비를 인천지검장 퇴임 직전, 연말 등 특정기간에 몰아 썼다고 보도했습니다.

공 전 검사장은 몰아 쓰기 행태에 대해 해명하는 전화 통화에서 특활비를 부서별로 ‘배분’하는 거라고 인정했습니다. 배분은 ‘일정하게 갈라서 나눔’을 뜻합니다.

정기적으로 검찰총장이 부서나 기관에 나눠주고, 다시 검사장이 사무국을 포함한 각 부서에 나눠준다고 공 전 검사장은 강조했습니다. 특활비 용도는 기밀 수사가 아닌, 검사들끼리 나눠먹기라는 걸 인정한 셈입니다.

▶공상훈 전 검사장
“만약 한꺼번에 (특활비가) 집행됐다면 각 부서별로 그게 배분이 되는 과정에서 됐거나, 그렇게 특활비가 검사장이 일률적으로 그렇게 쓰는 게 아니고 예를 들면 생각을 해보세요.”

공 전 검사장은 인천지검장 재직 시절, 하루만에 최대 2천670만 원을 썼습니다. 하루에만 2천50만 원을 쓰기도 했는데, 그의 설명대로라면 전부 각 부서에 일정하게 나눠준 것입니다.

공 전 검사장은 검찰총장부터 일선까지 특활비가 전달되는 경로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공상훈 전 검사장
“특수활동비는 우리가 내려오면 자동적으로 부서별로 나눠주는 돈이 있고 또 계기에 따라서 나눠주는 경우도 있고 그거는 다양합니다. 
부서에 특수활동비를 배당하는 거는 그러니까, 정액으로 그냥 정기적으로 정액으로 내려보내는 돈이 있고 그런 식으로 다양하다니까.”

“(특수활동비를) 검찰총장이 몇십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걸 전국에 뿌립니다. 그러면 각 기관장들은 그걸 받아서 또 각 부서별로 다 뿌립니다. 그러지 그게 검사장이 쓰고 그런 돈이 아니에요. 그걸 잘 아셔야지. 그러면 윤석열 지금 대통령이 지금 특활비 뭐 하고 역대 검찰총장도 마찬가지로, 특활비를 그 돈을 자기가 쓰는 게 아니고 일선 부서의 일선 기관에 다 뿌려요. 그러면 검사장도 받아서 각 부라든지 사무국이라든지 이런 게 있잖아요. 거기에 다 뿌리는 거지, 그게 검사장이 그냥 쓰는 게 아닙니다.”

공 전 검사장이 사용한 특활비 지출내역기록부와 영수증 및 집행내역확인서에서 일선 기관에 특활비를 뿌린 것으로 보이는 패턴이 확인됐습니다.

2018년 6월 18일은 공 전 검사장이 사의를 표명한 지 나흘 뒤입니다. 이날 공 전 검사장은 ‘부천지청 간부와 오찬간담회’ 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공 전 검사장 말대로라면 부천지청은 인천지검 산하기관으로 일선 기관에 해당합니다. 공 전 검사장은 오리고기집에서 식비로 65만7천 원을 지불했고, 이날만 2천670만 원의 특활비를 씁니다.

공 전 검사장은 100만 원짜리 19개, 70만 원짜리 5개, 250만 원짜리 1개, 90만 원짜리 1개, 50만 원짜리 1개, 30만 원짜리 1개 등 2천670만 원을 28개로 쪼개 특활비를 사용했습니다.

뉴스하다가 부천지청에도 특활비를 지급할 수 있냐고 묻자 공 전 검사장은 “필요하면 주는 거지. 필요하면 부청지청에도 줄 수는 있지만 통상은 본청 내 부서에다가 주는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뉴스하다는 “필요하면 주실 수도 있다는 거죠?”라고 다시 물었고 공 전 검사장은 “예. 필요하면 줄 수 있죠”라고 대답했습니다.

공 전 검사장은 하루만에 2천670만 원을 쓴 것에 대해 “후임자가 오기 전에 다 이렇게 배정을, 내가 부서별로 또 후임자는 또 생각이 다를 수도 있고 이러니까 그런 차원에서 일괄 집행된 거”라고 설명했습니다.

공 전 검사장이 두 번째로 특활비를 많이 쓴 날은 2017년 12월 26일로 2천215만 원을 100만 원짜리 13개, 50만 원짜리 5개, 200만 원짜리 3개, 40만 원짜리 3개, 45만 원짜리 1개 등으로 쪼개 썼습니다.

공 전 검사장이 부천지청 간부와 오찬간담회를 가진 날과 비슷한 특활비 사용 패턴입니다.

사의를 표명한 공 전 검사장이 그동안 밀린 기밀 수사를 하루만에, 또는 연말에 몰아서 했다고 보기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공 전 검사장 말대로, 일선 기관에 배분해준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됩니다.

공 전 검사장은 검찰총장이나 검사장이 특활비를 혼자 쓰는 게 아니라 부하들과 나눠 쓰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공상훈 전 검사장
“그거(특활비)는 제가 다 쓰는 돈이 아니고 필요한 부분에 있어서, 부서들을 다 지원을 해서 그렇게 쓰여지는 거고 총장도 마찬가지거든요. 검찰청 전체에 검찰총장이 몇십억의 특활비가 있을 거예요. 그러면 그걸 또 총장이 어떻게 그걸 다 쓰겠어요 그죠? 그걸 일선 이제 검찰청이나 이런 데 다 뿌립니다. 그러면 그걸 받으면 이제 검사장한테로 오죠. 오면 그게 또 필요한 부서나 이런데서 또 확 뿌리는 거지. 그사람이 그 돈을 어떻게 다 써요.”

명절 떡값 나눠주기 의혹도

공 전 검사장은 명절 직전에도 고액의 특활비를 20만~50만 원씩 정도로 쪼개서 썼습니다. 명절 떡값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2017년 추석 직전에만 약 1천500만 원을 썼습니다.

2017년 추석 연휴 전인 9월 26일 20만 원짜리 12개, 30만 원짜리 11개, 50만 원짜리 2개 등 등 총 670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9월 28일에는 10만 원짜리 30개, 20만 원짜리 1개 등 총 31개로 쪼개 320만 원을 썼습니다. 9월 29일에는 매우 독특한 패턴이 나타납니다.

이날 공 전 검사장은 특활비 496만6천900원을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이 돈을  43만5천 원, 28만3천500원, 33만 원, 37만4천 원, 51만8천 원, 68만9천 원, 83만1천 원, 23만7천400원, 30만1천500원, 96만7천500원으로 쪼개서 사용했습니다.

2018년 설 연휴 전인 2월 12~14일에도 820만 원을 사용했습니다. 20만 원짜리 16개, 30만 원짜리 11개, 50만 원짜리 2개 등 총 29개로 나눠 썼습니다.

뉴스하다는 인천지검 관계자에게 명절 연휴를 앞두고 수십만 원씩 나눠, 수백만~수천만 원씩 특활비가 사용되는 것에 대해 “떡값이 아니냐”고 인천지검에 질문했습니다.

인천지검 관계자는 “이거는 뭐 저도 알 수가 없죠. 그리고 사실 이 부분은 어쨌든 특활비 사용내역이기 때문에 답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고 답변했습니다.

뉴스하다는 공 전 검사장에게 “명절 앞두고 이렇게 많이 쓰신 것도 다 부서별로 나눈 것”이냐고 물었고 그는 “그러니까 그런 돈들은(큰 액수들은) 부서별로 나누어 준 돈들일 거예요. 계기를 이제 그런 걸로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검찰 특활비는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영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입니다. 정기적으로, 특정일에 검사들끼리 나눠쓰는 돈이 아닙니다.

뉴스하다는 검찰의 세금 부정사용과 예산 오남용 추적을 계속할 예정입니다.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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