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감시하다[4]

시민은 무료로 보는 뉴스, 지자체는 목돈 내고 본다

‘뉴스통신사 구독계약 맺는 것도 싹 털어주세요. 구청들도 뉴스1, 뉴시스한테 구독료라며 정체불명의 돈을 바치고 있을 거 같습니다’

뉴스하다 ‘언론 감시하다’ 프로젝트 보도가 이어지면서 한 독자의 제보가 도착했다. 앞서 뉴스하다는 인천시 대변인실이 ‘5대지’만큼 관리하는 언론사가 ‘연합뉴스’라고 보도했다. 이 독자는 국가기간 뉴스통신사인 연합뉴스뿐 아니라 민영통신사에도 광고비와 별도로 구독료를 주며, 세금을 낭비하고 있다고 했다.

뉴스하다는 제보가 오기 전부터 뉴스통신 3사 구독료를 인천시에 정보공개 청구했다. 제보를 받은 뒤에는 10개 군구와 인천시교육청 등에 마찬가지로 정보공개 청구했다. 

뉴스통신사 단말기를 이용해야만 정보접근이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는 뉴스통신 3사가 인터넷 홈페이지,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무료로 기사, 사진 등 콘텐츠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각 통신사별로 연합뉴스는 프리미엄서비스, 뉴시스는 프라임뉴스, 뉴스1은 커넥트서비스 등 별도의 구독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런 기능은 기관 홍보담당자들조차 잘 이용하지 않는다. 단말기나 유료콘텐츠가 아닌 무료콘텐츠를 주로 이용하는데도 수천만 원에서 수백만 원의 구독료를 내는 것이 적절한 지 따져볼 필요가 있었다.

시민 세금, 뉴스통신사 구독료로 지출

5년 간 뉴스통신 3사 구독료를 전수 조사한 결과 가장 많이 주는 곳은 매년 예산이 1억3천만 원이 넘는 인천시였고, 인천시교육청은 연합뉴스에만 3천만 원 이상 주고 있었다. 10개 군구는 연합뉴스에 매년 600만 원 이상 지급했고 뉴시스, 뉴스1은 인천시와 3개 군구만 지급했다. 이 예산은 공공기관이 언론사에 주는 광고비와 별도다.

연합뉴스

뉴시스

뉴스1

인천지역 10개 군구와 인천시교육청이 2019년부터 2023년까지 5년간 연합뉴스에 지급한 구독료는 총 4억7천101만 원이다. 뉴시스와 뉴스1은 각 3천600만 원이다. 정보공개를 거부한 인천시 구독료를 제외한 합계다.

구독료의 탈을 쓴 목적 불명 예산
공공기관 구독료 지급 이유 제각각

뉴스통신사 구독료가 혈세 낭비임을 공공기관도 알고 있다.

인천시교육청은 스스로 쓰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이상훈 인천시교육청 대변인은 "연합뉴스는 기자실에 단말기를 해드린 것이고 기자들이 뉴스 검색, 속보 등을 보는 것"이라며 교육청 차원에서는 이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자실을 쓰는 기자들은 연합뉴스 단말기를 활용하지 않는다. 포털사이트나 자사 프로그램에서 기사를 본다. 연간 3천600만 원이라는 예산을 쓸데 없는 곳에 퍼주는 셈이다.

특히 이 대변인은 “기자실에 단말기도 있죠. 거의 그냥 뭐 있기만 한 거죠. 예전부터 관행으로 해왔던 게 맞다”고 말했다. 다른 공공기관보다 구독료를 비싸게 내더라도 서비스 차이는 나지 않는 것 같다고도 설명했다.

계양구는 올해 연합뉴스 구독료 예산을 아예 책정하지 않았다. 예산 조정 과정에서 예산실에서 잘랐다. 구독이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옹진군도 2021년 예산이 부족해 8개월치만 구독료를 내고 4개월은 내지 않았다.

강화군은 구독서비스보다 뉴스통신사가 기사를 쓰면 다른 언론사가 받아 쓰는 효과 때문에 구독료를 낸다고 한다. 
강화군 관계자는 “뉴스통신사를 구독하면 우리 보도자료가 (다른 곳으로 퍼져) 활성화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프리미엄 서비스를 통해 타 지자체 보도자료도 확인한다고 했다. 보도자료는 각 지자체 홈페이지에 공개된다.

강화군 관계자는 “각 지자체 홈페이지 들어가는 것보다 한 번에 모아서 보는 게 편하다”고 말했다.

2020년부터 연합뉴스 구독료를 내는 중구는 수작업이 불편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홈페이지에서 기사 인쇄가 되는 것을 아느냐고 묻자 중구 관계자는 “그렇게 하면 저희가 수작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구 관계자는 “기사 스크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아이서퍼’를 사용하는데, 연합뉴스와 연동해 편하게 검색하려면 구독료를 내야 한다”며 “2019년까지 안 쓴 이유를 추측해보면 안 쓰다가 필요성이 생겨서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구는 연합뉴스만 구독료를 내다, 2022년부터 뉴시스에도 구독료를 내는 이유에 대해 “뉴시스 측 요청이 들어와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각 뉴스통신사별 서비스에 대해 서구 관계자는 “연합뉴스는 뉴스리더 어플에 키워드 넣어놓으면 알림이 오고 보도자료가 실리니까 쓴다”며 “뉴시스는 연합뉴스와 중복이 되긴 하지만 통신사니까 보도자료가 올라가는 기능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 시비 방지를 위해 구독한다는 곳도 있었다. 올해부터 뉴스1, 뉴시스에도 구독료를 지급하는 부평구 관계자는 "저작권이 강화돼 다른 통신사들도 챙겨주려고 한다"고 했다.

인천시 대변인실 뉴스통신 3사 구독료 정보공개 거부

인천시는 10개 군구, 인천시교육청과 달리 뉴스통신 3사를 감쌌다. 영업비밀이라며 뉴스통신 3사 구독료 정보공개를 거부했다. 뉴스하다는 인천시 예산서를 살펴 전체 뉴스통신 3사에 지급하는 구독료가 1억3천308만 원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인천시가 2022년 미디어오늘이 정보공개 청구로 확보한 자료를 통해 연합뉴스 구독료가 연간 7천8만 원임을 파악했다. 뉴시스, 뉴스1은 6천300만 원을 나눠 받는 셈이다.

정보공개 청구를 거부한 사유를 인천시는 ‘3자(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의 비공개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비공개사유로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제11조 제3항’을 들었다.  ‘공공기관은 공개 청구된 공개 대상 정보의 전부 또는 일부가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할 때에는 그 사실을 제3자에게 지체 없이 통지하여야 하며, 필요한 경우에는 그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인천시 관계자는 “공개 청구된 정보가 제3자와 관련이 있다고 인정되어 제3자의 의견을 청취했다”며 “제3자(연합뉴스, 뉴스1, 뉴시스)의 비공개 요청에 의하여 공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리니 양해 바란다”고 통보했다.

또 비공개 근거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제1항 제7호’를 제시했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법인ㆍ단체 또는 개인(이하 “법인등”이라 한다)의 경영상ㆍ영업상 비밀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법인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는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

인천시의 비공개 결정을 종합하면 ‘통신사 구독료를 공개했을 때  3개 통신사의 영업이익을 해칠 수 있는데다, 해당 통신사들 역시 공개를 반대했다’는 것이다. 

뉴스하다는 인천시에 이의신청했다.

인천시가 비공개 사유로 제시한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11조 제3항’의 해석이 잘못 됐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한 대법원 판결(2008두8680)은 이렇다.

 “제3자와 관련이 있는 정보라고 하더라도 당해 공공기관이 이를 보유·관리하고 있는 이상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단서 각 호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하지 아니하면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는 정보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한다. 또 이는 공공기관이 보유·관리하고 있는 정보가 제3자와 관련이 있는 경우 그 정보공개여부를 결정함에 있어 공공기관이 제3자와의 관계에서 거쳐야 할 절차를 규정한 것에 불과할 뿐, 제3자의 비공개요청이 있다는 사유만으로 정보공개법상 정보의 비공개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3개 뉴스통신사의 영업이익을 해칠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같은 기간 인천지역 10개 군구와 시교육청은 모두 통신사 3곳의 구독료를 공개했다. 이들 기관은 인천시처럼 통신사의 영업이익을 걱정해주지 않았다. 구독료로 매년 수백에서 수천만 원의 세금을 쓰고 있으며, 이는 마땅히 공개해야 할 내용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인천시는 2022년 8월 미디어오늘의 통신사 구독료 정보공개신청에 대해 이번과 같은 이유로 비공개를 했다가 이의신청에 따라 공개를 한 전례가 있다. 당시 미디어 오늘은 ‘청구하는 정보는 세금이기 때문에 비공개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고, 다른 광역단체들도 공개하고 있다’는 이유로 이의 신청했다. 정보공개심의회는 인천시의 최초 비공개 결정을 뒤집고 구독료를 공개하라고 결정했다. 시는 불과 1년 전 심의회의 판단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또 비공개 결정을 반복한 셈이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통신사별 뉴스구독료는 공개를 해야 하는 정보”라며 “(인천시가) 정보를 공개한 기존 행정처분과 달리 비공개 결정을 한 것은 흔히 있는 경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인천시 대변인실 정보공개 거부 사례 또 있어

인천시가 언론사의 이익을 이유로 정보공개를 거부한 사례는 또 있다. 시는 지난달 19일 SBS 방송광고와 관련한 정보공개 청구를 일부 거부했다. 뉴스하다는 지난달 17일 이렇게 정보공개 청구했다.

인천시는 일부 공개를 선택했다. SBS 영업상 비밀침해가 없다고 판단한 부분만 공개한 것.

인천시는 4일 정보공개심의회를 거쳐 나머지 정보공개 여부를 결정한 뒤, 7일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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