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정의하다[8]

인천지검, 부천지청 각각 예산 수백만 원 해 넘겨 사용

전국 55개 검찰청, 명백한 국가재정법 위반

국회에도 보고하지 않고, 반납도 하지 않아

 ‘집행내용확인서 생략’ 제도 악용 비밀금고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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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2023년 11월 9일 뉴스타파함께재단 리영희홀에서 '검찰 특수활동비 비밀잔액 분석 결과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봄 기자.

공공기관은 연말마다 남은 예산을 꼭 반납하고, 해가 바뀌면 새로 예산을 받아써야 한다. 그럼에도 검찰은 남은 예산을 연말에 반납하지 않고 이른 바 ‘현금저수지’에 쟁여두고 필요할 때마다 빼서 쓴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현행법 위반으로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에도 이 같은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전국적으로는 2018~2020년 사이 55개 검찰청이 일명 ‘현금저수지’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충청리뷰, 부산MBC)은 2023년 11월 9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지하 1층 리영희 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특수활동비 비밀잔액에 대한 조사결과 등을 발표했다.

또 특수활동비를 둘러싼 온갖 의혹들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검사를 도입할 것과 국회가 내년도 검찰 특수활동비를 폐지 또는 대폭 삭감할 것을 촉구했다. 

대검찰청은 매달 각 지역 검찰청에 특수활동비를 정기 지급한다. 각 검찰청은 매달 쓰고 남은 특활비를 모아 연말에 반납해야 한다.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이 법을 어기고 반납하지 않고 ‘현금저수지’를 만들어 쓴 돈은 인천지검 548만4천 원, 부천지청 370만 원이다.

인천지검은 이월된 금액을 반납하지 않은 것을 감추기 위해서인지, 결재일을 지급일과 다르게 했다. 특히 2019년에는 2월 장부와 섞어둬 찾기 어렵게 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은 반드시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뿐 아니라, 남은 예산은 꼭 국고에 반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재정법 제3조(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따르면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해야 한다. 또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제37조(관서운영경비 사용 잔액의 반납)도 ‘매 회계연도의 관서운영경비 사용 잔액을 다음 회계연도 1월 20일까지 해당 지출관에게 반납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이러한 법률은 국가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낭비되는 세금을 없애기 위한 필수적인 규정이지만, 대검은 물론 전국 55개 검찰청은 법과 국회의 통제 밖에서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자유롭게 쓰고 있다.

검찰은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전국 65개 검찰청이 반납한 불용액이 0원이라고 국회에 보고했다.

쓰고 남은 특활비가 한 푼도 없고, 다음해로 이월된 금액도 없다는 것.

그러나 2018년 법무부의 다른 부서에 배분된 특수활동비는 불용액이 0원이 아니었고, 업무추진비나 직무수행경비도 불용액이 0원이 아니었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출하고 남은 검찰 특수활동비 실제 잔액이 0원인 것은 아니었다.

 2019년 연초에 검찰 특수활동비 예산이 최초로 지출 결의된 날이 1월 14일인데, 문무일 검찰총장은 그 이전까지 (2019년 1월 2일, 3일, 4일, 7일, 9일, 10일, 11일 총 36회) 1억 1천661만 4천 원의 특수활동비를 현금으로 사용했다. 그렇다면, 2018년에 사용하고 남은 특수활동비 잔액이 최소한 1억 원 이상 현금으로 존재했다는 것.

공동취재단 분석 결과, 법무부가 불용액을 0원이라고 국회에 보고해 새해 첫 예산이 입금되기 전까지 검찰이 사용할 새 특수활동비 예산이 없던 시기에 전국 55개 검찰청은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55개 검찰청 명단은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찰은 최근 국감에서 특활비를 반납하지 않은 점은 인정했지만, 법 위반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2023년 10월 23일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출결의에 대해서 회계부서에서는 다 나온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집행됐다’ 이제 이렇게 하고, 이미 지출된 것으로 정리를 해서 연초에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은 기자회견에서 “활동비 관련 불법 의혹(자료불법폐기, 특수활동비 세금 부정 사용 및 오ㆍ남용,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만으로도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하기에 충분한 상황에서, 검찰총장과 일선 검찰청들이 관리해오던 비밀잔액 문제까지 드러난 상황”이라며 “그리고 검찰이 국가의 예산ㆍ회계관리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해 왔다는 것이 드러난 상황이며, 현금으로 국민세금을 맘대로 써 온 검찰 조직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첫 출발을 위해 그동안 시민단체들이 요구해 온 국정조사와 특별검사 도입을 하루 빨리 국회가 수용해야 한다”며 “또 2024년 예산에서부터 검찰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거나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공동취재단은 “기밀수사에 쓰는 것이 아니라 온갖 부적절한 명목으로 ‘쌈짓돈’처럼 써 왔을 뿐만 아니라, 법령과 기획재정부ㆍ감사원 지침까지 위반한 의혹을 사면서까지 ‘현금저수지’를 만들고, 비밀스럽게 잔액을 관리하면서 국민세금을 맘대로 쓰는 위법ㆍ탈법ㆍ편법을 국회가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대표(변호사)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 2일 국회에 출석해 특활비 집행 지침을 다른 기관 수준으로 공개하겠다고 밝혔다”며 “지금까지 드러난 
검찰의 초법적인 특활비 집행 실태는 투명한 공개가 시급하다는 사실을 충분히 설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정리 홍봄 이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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