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 정의하다

검찰 특수활동비 기밀 수사 아닌 검사실 공기청정기에 썼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 전국 67개 검찰청 특활비 검증결과 발표

“오늘은 역사에 영원히 남을 그런 치욕적인 언론 현장의 한 날로 기록될 것입니다. 무도한 윤석열 정권과, 국민이 아니라 정권을 수호하는 정치검찰이 얼마나 악랄하게 언론을 탄압하는가를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날로 역사에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기자가 지난 14일 검찰이 윤석열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로 뉴스타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도중, 밝힌 성명서 내용입니다.

검찰이 윤 대통령을 위해 뉴스타파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있음에도 뉴스하다, 뉴스타파 등 6개 언론사, 3개 시민단체가 함께 꾸린 검찰 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꿋꿋이 기자회견을 개최했습니다. <편집자주>

검찰이 전국적으로 특수활동비 자료를 불법 폐기한 사실이 드러났다. 특활비를 목적에 맞지 않게 쓰거나 검사장 퇴임 전 몰아 쓰는 부정사용 문제도 확인됐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세금도둑잡아라,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 함께하는 시민행동, 뉴스타파, 경남도민일보, 뉴스민, 뉴스하다, 충청리뷰, 부산MBC)은 지난 14일 서울 충무로 뉴스타파함께센터 주차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검증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검증을 위해 구성된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은 지난 7월 이후 전국 67개 검찰청으로부터 특수활동비 등 검찰예산 자료를 수령해 검증 작업을 해 왔다. 뉴스하다는 인천지검과 부천지청을 맡아 예산을 검증했다.

자료수령한 전국 56개 검찰청 중 42곳 특활비 기록 무단폐기 

공동취재단은 2017년 기준 65개 검찰청 중 9개 검찰청(추후 수령예정)을 제외한 56개 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자료를 수령해 확인했다. 그 결과 42개 검찰청이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특수활동비 집행 관련 자료가 없었다. 불법적으로 폐기된 것이다.

불법폐기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고 말한 시기에도 이뤄졌다.  지난 6월 23일 이후 검찰과 법무부, 한동훈 장관은 ‘2017년 9월 이후에는 철저히 관리되고 있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하지만 공동취재단이 수령한 자료 중 대구지검 서부지청, 김천지청, 상주지청, 광주지검 해남지청 등 4개 검찰청은 2017년 1년 치 특활비 증빙 기록이 모두 폐기된 것으로 파악됐다. 

특수활동비 부정사용 곳곳에서 확인

기획재정부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에 따르면, 특수활동비는 “기밀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및 사건수사, 기타 이에 준하는 국정수행활동에 직접 소요되는 경비”이며, 특수활동 실제 수행자에게 필요시기에 따라 지급해야 하는 예산이다. 그런데 이번 검증과정에서 회식비와 격려금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고, 공기청정기 렌탈비, 기념사진비용으로 사용된 사례도 확인됐다. 

이번에 특수활동비 집행 서류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검찰청 담당자들로부터 아래와 같은 충격적인 진술을 들을 수 있었다. 특수활동비를 회식비나 격려금 명목으로 사용한다는 얘기였다. 이는 자료를 수령하는 과정에서 나온 얘기이므로, 매우 신빙성이 높은 진술이라고 할 수 있다. 

  • 1A지검 관계자
    “보통의 경우에는 방(검사실) 회식하거나 그런 데에 쓰시죠”
  • 1B지청 관계자
     “특수활동비, 국·과장님한테 나눠서 격려금 형식으로도 사용할 수도 있고...” 

또 광주지방검찰청 소속 장흥지청은 특활비를 공기청정기 렌탈비와 전출 기념사진비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특수활동비를 기밀이 요구되는 수사활동이 아닌 곳에 부정사용한 사례다.

퇴임전 몰아쓰기, 비수사부서 지급 등 특활비 용도와 무관하게 사용

여러 곳에서 지검장 퇴임 직전에 특수활동비를 몰아쓴 사례들이 발견됐다. 퇴임을 앞둔 지검장이 갑자기 기밀수사를 몰아서 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는 특수활동비의 용도에 맞지 않는 지출로 판단된다.

공상훈 전 인천지검장은 2018년 6월 21일 인천지검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그는 퇴임한 달인 2018년 6월에 4천179만 원의 특수활동비를 썼다 이다. 2018년 1~5월 그가 쓴 특활비가 6천334만5천원인것과 비교하면 6월에만 앞선 5개월치 특수활동비의 67%를 쓴 것이다. 특히 그는 퇴임을 앞두고 6월 14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 동안 3천826만4천원을 몰아썼다.

특히 검찰내부망 ‘이프로스’에 사의를 표명한 날인 6월 14일 공 검사장은 특활비 500만 원을 한 번에 사용했다. 6월 18일에는 2천670만 원을 하루 만에 썼다. 부천지청 간부 간담회가 있던 날로 100만 원씩 19차례, 70만 원 5차례, 250만 원 1차례 등 나눠 사용했다.

송인택 전 지검장은 2017년 8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전주지검장을, 2018년 6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울산지검장을 지냈다. 그리고 2019년 7월 19일 울산지검장을 끝으로 검사 생활을 마무리했다. 그런데 송 전 지검장이 울산지검에서 퇴임을 앞두고 집행한 특활비 지출 내역을 보면, 2019년 7월 1일~18일까지, 18일동안 1천900만 원의 특활비를 쓴 것으로 확인된다. 특히 7월 8일 하루동안 17명에게 특활비를 줬는데, 1명이 400만 원, 8명이 100만 원, 3명이 50만 원, 5명이 20만 원을 각각 받았다. 이렇게 7월 8일 하루에 지급된 특활비 총액은 1천450만 원이다.

송 전 지검장은 2018년 6월 전주지검장에서 울산지검장으로 이임하면서도, 전주지검의 특수활동비를 몰아쓴 것으로 확인됐다. 전주지검은 2018년 5월에는 22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집행했는데, 6월에는 2천198만원을 집행했다. 특히 6월 18일~19일 이틀간, 송 전 지검장은 18명에게 특수활동비 850만 원을 현금으로 돌렸다.

대구지검의 경우 노승권 전 대구지검장 시절인 2018년 6월에 대구지검이 쓴 특활비 4천114만 원 중 대부분인 약 3천966만 원이 6월 21일까지 사용됐다. 특히 고위 검사 인사가 발표된 6월 19일 1천만 원 1명을 포함해 4명에게 1천460만 원이 나갔고, 20일엔 390만 원이 9명에게 지급됐다. 21일에도 500만 원 1명을 포함해 5명에게 975만 원이 지급됐다.

이밖에도 연말몰아쓰기나 총무과, 총무팀처럼 수사와 무관한 부서에도 특수활동비가 지급된 사례와 정기적으로 각 부서에 배분한 것으로 보이는 사례들이 발견됐다. 

공동취재단에 참여한 언론과 시민단체는 특활비의 용도에 맞지 않는 지출 여부에 대한 진상규명 필요성을 촉구했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전국에 자료가 불법 폐기된 검찰청부터 압수수색이 되어야 한다"며 "검찰청은 압수수색하지 않고 언론에 대해서만 압수수색하는 것은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예산 검증 공동취재단·정리 홍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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