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감시하다[3]

“언론과 직접 소통” 약속 깬 유정복

유정복 소통 훼방 놓는 홍보라인

“언제든 직접 언론과 소통하겠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취임 1개월을 맞아 열린 기자차담회에서 한 말이다. 유 시장은 2022년 8월 1일 인천시 공감회의실에서 진행한 차담회에서 ‘소통’의 중요성을 수차례 언급했다. 소통은 민선8기의 3대 핵심가치다.

유 시장은 취임 직후 또 다른 인터뷰에서 역시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시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한다. 소통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격의 없이 언론과 자주 만나 마주 하겠다”며 직접 소통을 강조했다.

취임 1년이 지난 지금 언론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시장의 공언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뉴스하다는 지난 12일 인천시 광고비 전수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 시장에게 직접 연락했다. 

광고비를 준 언론사 발행인 중 시장과 정치적 인연이 있는 인물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보은성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 광고집행에 시장이 직접 관여했는지가 상당히 중요했다. 아래는 홍봄 기자와 유 시장의 문답이다.

  • 1홍 : 지난해 연세춘추라는 연세대 학보사에 홍보예산이 나갔습니다. 언론사가 아닌 학보사에 예산이 나간 게 이례적인데 시장 모교라서 챙겨줬습니까.
  • 1시장 : 확인을 좀 해 볼게요.
  • 1홍 : 2014년 캠프에서 공보 담당했던 A씨 아시죠? 
  • 1시장 : 네
  • 1홍 : 이분한테도 광고를 주고 있거든요
  • 1시장 : 무슨 언론사가 있겠죠?
  • 1홍 : 이게 시장님이 챙겨주시는게 아닌가요?
  • 1시장 : 그것도 알아볼게요. 모르겠네.
  • 1홍 : 대외투자협력특보 하신 B씨 이분도 광고 받고 계세요.
  • 1시장 : 거기도 무슨 언론사를 갖고 있어요.
  • 1홍 : 이 언론사들이 시장님 부임하신 이후부터 광고를 가져가고 있어요. 측근들 챙겨주시는게 아닌가요.
  • 1시장 : 알아볼게요. 지금 상황이나 이런건 내가 모르지 사실은. 대변인한테 물어보고 말씀을 드리도록 할게요.

통화 후 6시간 뒤 유 시장 대신 연락이 온 것은 유준호 공보담당관이었다. 시장은 사실상 직접 소통을 피한 것.

유 시장은 대변인에게 물어보고 회신을 주겠다고 했는데, 왜 유 시장은 직접 연락하지 않고 공보담당관이 대처에 나섰을까.

유 공보담당관은 “실무적인 것 같은 경우에는 예산집행이나 이런 거는 대변인님이 다 하시지는 못 한다”며 “저도 다 기억은 못하니까 준비해서 전화 드렸다”고 설명했다.

소통체계가 의아해 바로 고주룡 대변인에게 연락했다. 고 대변인은 기자에게 “공보관이 잘 설명해주지 않았나요?”라고 되물었다. 시장은 답변을 대변인에게 넘기고 대변인은 공보담당관에게 넘긴 모양새.

이어 고 대변인은 ‘홍보라인의 부탁’이라는 말을 한다.

그는 “홍보라인에서 좀 부탁을 드리고 싶은 게. 이렇게 전화를 주시면 저희가 답변하고 풀어나가야 하는데. 사실 시장님은 정신없이 막 돌아가는데. 시장님께 직접 전화를 주시면 솔직히 답변을 못할 겁니다.”

고 대변인과 통화 이후 40여 분 만에 연락이 온 공보담당관도 같은 말을 했다.

“기자님 그냥 저한테 물어보세요. 왜냐면 이게 실무적인 부분이라. 답변을 바로 드릴게요. 위에 물어보면 우리가 보고서도 만들고 보고도 드려야 해요. 시장님이 일일이 모르시기 때문에.”

유 시장은 “언제든 직접 언론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인천시 홍보라인은 시장이 직접 소통하기 어렵다고 한다. 대변인과 공보담당관의 말대로 실무적인 부분이라 그랬을까. 질문은 단 두 가지였다.
 
- 연세대 학보사에 광고비가 나갔는데 모교라서 챙겨줬습니까.

- 시장 선거캠프 출신과 특보 등 측근에게 광고비를 챙겨줬습니까.

고주룡 대변인, 유정복과 직접 소통 언짢은 듯

지난해 9월 뉴스하다 이창호 기자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유정복 시장이 친구 아들을 비서로 채용해 논란이 있었다. 당시 이창호 기자가 유 시장에게 직접 해명을 들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실 행정관으로 채용한 강원도 황 씨 아들과 같은 사례이지 않냐고 물었다. 7분이 넘는 통화 끝에 취재를 모두 마쳤다. 

유 시장은 "수행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찾아 쓴 것이지, 연고 관계라고 해서 될 일입니까"라며 "지난 두 차례 선거를 포함해 항상 수행해온 사람이지, 보좌하기 가장 적합한 역량을 갖고 있는 사람을 선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시장과 통화가 끝난 뒤, 고주룡 대변인이 10여 분 뒤 전화를 걸어 설명했다. 고 대변인은 "(이창호 기자가) 인사팀장과 통화를 했다고 해서 제 번호를 알려주라고 했는데, 안 알려줘서 시장님과 통화한 걸로 알고 있다"며 "관련해서 궁금해하는 내용은 저한테 물어보면 답변할 수 있다, 이 건과 관련해 다른 분들이 취재가 들어와서 똑같은 내용으로 설명했고 그분들이 이해를 해서 기사 작성이 안 됐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인사팀장에게 채용 절차를 거쳤는지 물었고 이후 유 시장에게 직접 연락했다.

고 대변인 말속에는 인사팀장이 잘못해 이 기자가 자신을 거치지 않고 유 시장과 직접 통화한 게 싫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당시 유 시장은 함께 학사장교 1기를 거친 친구 아들을 별정직 비서(7급)으로 채용했다. 유 시장 친구는 민선 6기 때 유 시장이 인천유나이티드에 들여보냈다.

유 시장은 언론과의 소통 방식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언론과 직접 소통하겠다는 생각은 여전하지만 솔직히 우리 기자가 한 백몇십 명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대변인이 존재하고 공보담당관이 존재하지 어떻게 시장이 다 합니까. 그런 이야기(질문)가 곤란해서 그런게 아니라 세세한 것 자체를 제가 잘 모릅니다. 그래서 대변인이 존재하는거고요.”

홍봄 기자 steelers0313@daum.net
이창호 기자 ech23@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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